
청년 문제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취업, 주거, 소득 같은 가시적인 지표에 집중합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청년층이 겪는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바로 사회적 고립입니다. 일하지도, 공부하지도 않으며 사회적 관계에서도 점점 멀어지는 이른바 ‘고립 청년’은 더 이상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고립은 단순히 혼자 있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지속적인 단절, 관계의 부재,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심리 상태가 누적되며 취업 실패, 우울, 무기력, 사회 불신으로 이어지는 복합적인 문제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고립 청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한계와 과제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고립 청년 문제를 고립위험, 지원체계, 사회연결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고, 현재 정책의 위치와 앞으로 필요한 개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봅니다.
1. 고립위험 – 누구나 고립될 수 있는 구조
고립 청년은 특정 성격이나 개인 문제로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취업 경쟁의 장기화, 불안정한 노동시장, 관계 중심 사회 구조의 약화 등 여러 사회적 요인이 맞물리며 고립 위험은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통계청과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사회적 활동이 거의 없는 청년층은 약 5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취업 실패를 반복한 청년, 학업 중단 경험이 있는 청년, 1인 가구로 장기간 생활하는 청년일수록 고립 위험이 높게 나타납니다.
문제는 이러한 청년들이 제도적 지원이 가장 필요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정책 정보 접근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위치에 있다는 점입니다. 온라인 신청, 본인 신청 원칙, 적극적 의사 표현을 전제로 한 기존 복지 구조는 고립 청년에게는 오히려 또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즉, 고립 청년 문제는 ‘지원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지원 방식이 고립 청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지원체계 – 제도는 늘었지만 연결은 약하다
정부는 최근 몇 년간 고립 청년 문제를 공식 의제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은둔·고립 청년 지원 종합대책을 통해 상담, 사례관리,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 역시 청년 마음건강 바우처, 청년 상담센터,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 등을 운영하며 고립 문제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담 사례관리사를 배치해 고립 청년을 직접 찾아가 상담하고, 단계별 회복 프로그램을 연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연결의 지속성 부족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단기 상담 이후 후속 관리가 끊기거나, 취업·교육·주거 등 다른 정책과의 연계가 부족해 다시 고립 상태로 돌아가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부처별, 기관별로 정책이 분절되어 있어 청년 한 사람이 여러 창구를 오가야 하는 구조도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고립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선택지가 많은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통합 지원체계입니다.
3. 사회연결 – 복지의 목표는 다시 관계로 돌아가는 것
고립 청년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한 생계 지원이 아닙니다. 다시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담이나 금전 지원을 넘어, 관계 회복과 사회 참여를 중심에 둔 정책 설계가 필요합니다.
최근 주목받는 방식 중 하나는 소규모 커뮤니티 기반 프로그램입니다. 취미 활동, 공동 작업, 지역 봉사, 또래 모임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강한 목표나 성과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고립 청년에게 상대적으로 심리적 부담이 적습니다.
또한 일 경험 연계형 프로그램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단순 취업 알선이 아니라, 단기 체험형 근무나 사회적 기업 연계를 통해 ‘일을 통한 관계 회복’을 시도하는 정책들이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립 청년을 ‘문제의 대상’이 아닌 ‘회복 가능한 존재’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입니다. 정책의 언어와 방식, 전달 구조 전반이 존중과 신뢰를 기반으로 설계될 때 청년은 비로소 다시 사회로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습니다.
고립 청년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의 정책이 ‘발견’과 ‘개입’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연결과 지속성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고립 청년 지원정책은 단순히 특정 집단을 돕는 복지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망을 강화하는 일입니다. 누구나 고립될 수 있는 시대인 만큼, 이 정책은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제도이기도 합니다.
청년이 다시 사람을 만나고, 일상으로 돌아오고,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고립 청년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며, 지금 우리가 반드시 붙잡아야 할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