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자립은 단순한 경제적 독립을 넘어, 한 사회가 청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투자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한국은 최근 들어 다양한 청년정책을 통해 자립을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취업난, 주거비 부담, 교육비 문제로 많은 청년이 자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반면 북유럽 국가들은 청년을 ‘사회적 투자 대상’으로 보고, 생애 전반에 걸친 자립 기반을 촘촘히 구축해 왔습니다. 본 글에서는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주요국의 청년자립 정책을 ‘기본소득 실험’, ‘공공주거 시스템’, ‘무상교육과 생활비 지원’ 3가지 핵심 영역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한국이 이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봅니다.
핀란드 청년기본소득 실험의 시사점
핀란드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기본소득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이 실험은 무작위로 선정된 실직자 2,000명을 대상으로 매월 약 560유로를 조건 없이 지급하며, 노동시장 참여, 정신적 안정, 삶의 만족도 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한 프로젝트였습니다. 비록 실험대상이 전 국민은 아니었지만, 청년층도 포함되어 있어 자립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분석이 이뤄졌습니다.
실험 결과, 기본소득 수급자는 비수급자에 비해 삶의 만족도와 정신적 안정감이 높았으며, 구직활동에도 부정적 영향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 단기 아르바이트나 창작활동, 사회참여 등 비형식적 경로를 통해 노동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졌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한국의 경우 청년수당이나 청년월세지원 등이 기본소득과 유사한 측면이 있으나, 대상이 제한적이고 일시적입니다. 북유럽형 기본소득 정책은 ‘조건 없는 지원’을 통해 청년의 심리적 안정과 사회진입의 유연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에, 한국도 일부 지역이나 계층을 대상으로 실험적 적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단기성과에만 집착하지 않고, 청년의 삶 자체에 투자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공공주거 시스템의 안정성과 자립 기반
한국 청년들이 자립 과정에서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로 꼽는 것이 바로 ‘주거 문제’입니다. 반면 북유럽은 공공주택 시스템이 청년 자립의 핵심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스웨덴과 핀란드는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대거 공급하며, 소득 수준에 따라 임대료를 조정하는 소득연동형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전국적으로 약 30% 이상이 공공임대 형태로 공급되며, 청년·학생 전용 주택도 별도로 마련돼 있습니다. 입주 조건은 간단하고, 거주 기간도 유연하게 조정 가능하여 청년들이 학업, 취업 등 인생 전환기에 부담 없이 독립할 수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경우 지역 자치단체에서 청년에게 보증금 대출과 저리 임대 주택을 함께 제공하는 구조로, 취업 초기나 이직 과정에서도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보장합니다.
한국의 행복주택, 전세임대주택 등도 목적은 비슷하지만 공급량이 부족하고, 신청 조건이 까다로우며, 주거지의 위치나 품질에서도 격차가 크다는 점이 지적됩니다. 북유럽처럼 ‘청년주거 = 사회투자’라는 관점으로 접근해 공급 물량 확대, 임대료 유연화, 주거 상담 시스템 강화 등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청년 자립의 물리적 기반을 구축하는 장기전략이 되어야 합니다.
무상교육과 생활비 지원의 연계 구조
교육은 자립의 핵심 조건입니다. 북유럽은 청년들에게 고등교육까지 무상으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생활비 지원을 통해 학업과 생계를 병행하지 않도록 제도화하고 있습니다. 핀란드는 대학 등록금이 전면 무상이며, 모든 학생은 정부로부터 학자금 보조와 주거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생활비 보조금도 추가 제공되며, 필요시 무이자 학자금 대출도 가능합니다.
스웨덴은 ‘CSN(Student Financial Aid)’ 제도를 통해 학비 면제는 물론, 매달 약 9,000 크로나(약 90만 원 상당)를 보조금 및 대출 형태로 지급합니다. 학업 중 근로를 하지 않아도 생계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청년들이 학업에 집중하면서도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졸업 후 소득 수준에 따라 상환하는 구조로, 부담을 최소화합니다.
한국은 등록금 부담이 크고, 대학생의 아르바이트 비율이 높아 학업 집중도가 낮아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 제도 등이 존재하지만, 아직 생활비 지원은 제한적이며,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취업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유럽처럼 ‘학업이 곧 자립’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등록금 외에도 생활비 지원을 확대하고, 무이자 대출 또는 졸업 후 소득기반 상환제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유럽의 청년자립 정책은 단순히 금전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청년이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여건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청년의 자립을 단기성과가 아닌 생애주기 전체로 바라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 그 자체보다, 청년을 믿고 투자하는 철학입니다.